20년간의 결코 짧지 않은 노동조합 활동가 생활을 마무리 하면서 작은 소회를 적어 본다.
고등학교 시절 역사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민주주의와 역사 의식이 조금씩 자리잡게 되었고, 87년 대학 생활을 하면서 학보사 기자 활동을 통해 6.27 민주주의 역사의 현장을 목도하고 사회의 변화를 꿈꾸었는지 모를 일이다.
20대 후반 회사에 입사하면서 영업분야에서 열심히 업무에 임하였지만, 우리 회사는 실적과 상관없이 IMF위기를 맞아 정부의 방침에 의한 민영화와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고난을 겪게 되었다. 우리 젊은 직원들은 뭔지 모를 부당함과 아쉬움을 가지게 되었다.
이런 시기에 선배님들의 아픔과 눈물을 보게 되었고, 함께 분노하고 참여하는 기회를 통해 젊은 선배님들과 동료들의 절대적인 도움으로 지역의 활동가로 당선 되었다. 젊음과 개혁의 이미지는 신선했지만, 한편으론 싸기지 없고 생각없는 젊은 활동가로 인식되어 지기도 하였다.
작은 지역에서 합리적인 개혁과 신선한 이미지를 통해 기존 선배님들과의 차별을 통한 노동조합 활동가로 작은 명성을 얻었으며, 중앙 노조 민주화 운동의 일환으로 위원장 직선제를 주장하여 힘들게 관철 시키기도 하였다. 지역 조합원들과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2선으로 지역 활동가 타이틀을 내려놓고 중앙의 참모 역할로 자리를 옮겨 일하게 되었다.
지역에서 활동하던 활동가의 한계를 느끼는 와중에 주위 분들의 도움으로 중앙에서의 참모 역할을 수행하면서 새로운 활동반경과 업무 그리고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은 매우 신선 했었다. 임금과 단체 협상의 자료를 직접 만들고, 회사 임원들과 교섭을 진행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하게 되었다.
큰 틀에서의 회사경영과 조직의 생리를 알게 되었고, 작은 안위에 취해 현장의 정서를 애써 피하기도 하였고, 너무나 원칙적으로 정직한 노동조합 활동을 전개 하였습니다. 시간이 지나 중앙에서의 참모역할도 익숙하게 되었고, 어느순간 대표자의 꿈을 꾸게 되었다.
노조 국장 역할, 사무처장 역할을 수행하면서 다양한 경험은 자산이 되었고, 많은 사람들과의 교감은 확신이 되었다. 다양한 경험과 사람들과의 교감이 지나치게 낙관적 이었을까? 어느 순간부터 활동가 초반의 개혁적 생각은 회사측을 이해하는 생각으로 변하기 시작하였고, 다양한 인맥을 통한 자신감은 과도한 안정감으로 변해 가고 있었나 봅니다.
위원장 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은 지부 활동가를 중심으로 매우 적극적인 선심과 애정공세로 본부노조에 대한 반발심을 확대 시키고 있었지만, 우리는 지나치게 낙관하고 있었나 봅니다. 내부 개혁과 노조 민주화를 앞장서 개선 하였고, 현장 조합원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임단협을 강하게 전게하면서 개혁적인 집행부의 모습을 보이며 자신감이 넘쳤었나 봅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현장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었고, 다양한 목소리들과 불만은 계속 되었나 봅니다. 절대적인 선은 없지만 현장 조합원들의 많은 목소리들 중 가장 큰 부분은 한줄기에서 오랜시간 대물림한 집행부의 교체를 원하고 있었습니다.
대물림한 집행부의 교체, 친 회사측 입장, 영업분야 대표자의 한계, 지역적 한계, 지역 활동가들의 변심, 빠르게 변하는 회사 환경의 불안감, 조직보다 정책으로 승부, 낙관적인 선거활동, 안일한 참모들의 활동 등 많은 변수들이 있었지만, 궁극적으로는 부족한 후보자 개인의 역량이 부족해 대표자 선거에서 낙선하고 말았습니다.
5개월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애써 노동조합 활동가들의 만남을 피하고, 술자리도 피하고, 노동조합의 관심도 피하면서 숙고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철모르던 시절의 노동조합 활동을 되돌아 보았고, 본부노조에서의 활동을 되돌아 보았습니다. 위원장 선거의 시간을 되돌아 보았습니다.
참으로 감사하고 행복 했습니다. 많은걸 배우고 느꼈습니다. 많은 사람을 만나 즐거웠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 "당당하되 거만하지 말고/ 겸손하되 비굴하지 말자"는. 좌우명은 노동조합 활동 기간에 어울리는 명언 입니다.
이제부터는 남은 회사 생활을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길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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