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두대간 고루포기산에서 대관령 구간을 다녀 왔습니다.
- 2021년 12월 26일(일) 금강산악회. 라마다 호텔-대관령 양떼목장-전망대-고루포기산-능경봉-대관령 코스.
- 오늘은 2021년 들어 가장 추운 날 입니다. 공식기온 영하 16도 이고, 체감 기온은 영하 25도 이상되는 강추위로 기억되는 날 입니다. 강추위와 강원도 대관령의 칼바람까지 더해져 온 몸이 얼어붙어 잘못하면 추위로 인해 목숨이 위험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무서운 하루 입니다.
- 오늘 산행은 라마다 호텔 입구에서 산악회 버스가 하차하면서 시작 합니다. 백두대간 8구간 중 반대 코스로 진행하며 참가 인원은 저를 포함해 딱 2명 입니다. 버스에서 하차하자마자 어마어마한 추위가 온몸에 훅 들어 옵니다. 와우. 너무너무 춥습니다. 긴장도 되고 걱정도 됩니다. 그래도 한분의 일행이 있어 서로에게 힘이 됩니다. 그런데 산행 초입 등로를 찾지못해 일단 호텔 안쪽 뒤편 주차장 방향으로 이동해, 뒷산 철조망을 넘어 대관령 양떼목장 방향으로 비탐길로 진입해 봅니다.
호텔 뒷편 철조망과 양떼목장 철조망을 옆에 끼고 등로를 찾기위해 분주하게 움직여 봅니다. 길도 없는 눈길을 헤치며, 30분정도 헤매다가 겨우 등산로를 찾았습니다. 다행 입니다. 이 등산로를 찾지못했다면 오늘 전체 일정이 꼬였을 겁니다.어렵게 찾은 등산로라 기분이 좋습니다. 그런데 아직은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등산객이 지나간 흔적이 전혀 없습니다. 우리 일행이 오늘 이 코스로 가는 첫번째 등산객 입니다.
- 양떼 목장을 지나고, 어렵게 등로 흔적을 찾았고, 힘든 눈길을 조심스럽게 헤치며 오르막 구간을 올라 갑니다. 쉽지 않은 눈쌓인 등로를 힘겹게 전진 합니다. 시작부터 약 1시간 30분을 힘들게 올라간 다음에야 첫번째 전망대를 만납니다(대관령면이 보이는 전망대). 어렵게 눈길을 뚫고 오르막 구간을 지나 도착한 전망대가 사막의 오아시스 처럼 기분이 좋습니다. 그런데 날씨가 너무 추워 사진을 찍기도 잠시 머물기도 너무 어렵습니다.
당초 계획했던 등로와 우리가 치고 올라온 코스가 불일치 하여 우틀하여 고루포기산 정상을 향해 반대로 약 1키로를 후진해야 합니다. 잠시 머리속에서 고민이 생기면서 걱정이 됩니다. 고루포기 정상 인증을 포기하면, 앞으로 전진하면서 시간도 절약하고, 편한 등산로를 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루포기산 정상 인증을 위해서는 약 1키로를 후진하고, 눈길을 다시 두배로 이동해야 합니다. 기온도 최악이고, 바람도 심하게 불지만 고루포기산을 다녀오기로 합니다. 왕복 시간을 감안하고, 어려운 구간을 되돌아 와야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제 다시 이곳을 다녀갈지 아무것도 장담 할 수 없습니다. 마음을 다잡아 보면서 우틀하여 이동합니다. 왕복 2키로를 다녀와야 다시 이곳 전망대로 되돌아 올 수 있습니다. 길도 잘 보이지 않고, 눈은 쌓이고, 칼바람은 불고, 기온은 영하 20도를 하회하는 총체적 난국입니다. 그래도 함께한 일행분과 묵묵히 고루포기산을 향해 전진 합니다. 30분 이상을 힘들게 이동하여 고루포기산 정상에 다다릅니다. 추운날씨 탓에 트랭글이 먹통이 되고, 핸드폰으로 인증사진 찍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어렵게 인증을 하고 전망대로 되돌아 옵니다. 오늘은 틈틈히 찍는 사진도 많이 생략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핸드폰이 먹통이 되면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 갑니다. 이제 다시 출발입니다.
- 다행히 급한 오르막 구간은 거의 다 지나온 것 같습니다. 능선을 따라 이동하면서 백두대간 길을 묵묵히 바라 봅니다. 추워도 이런 추운날에 강원도의 대관령 산행을 선택한 것도 나의 책임입니다. 안전하게 산행을 할 수 있도록 산신령님께 마음으로 기도하고 조심조심 산행을 계속 합니다. 다행히 시간이 낮으로 흘러가는 동안에 조금은 기온이 상승하는 것을 느낍니다. 능선길을 통해 영동고속도로 터널과 연리지, 샘물 구간을 차례차례 지나면서 백두 대간길을 이동 합니다.
그래도, 이런 힘든 와중에서도 함께한 일행 산우님이 10여년 전에 백두대간을 완등했다는 말씀에 진한 감동과 안도감을 확인합니다. 이 분이 없었다면 오늘 대간길 산행을 할 수 없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쉽지않은 오늘 산행의 추억이 남으리라 생각 됩니다. 대관령 칼바람을 앞으로 맞으면서도 뚜벅뚜벅 산길을 이어 갑니다. 함께할 수 있는 산행 동료가 있다는 것이 이렇게 감사한 일입니다.
- 능경봉 정상까지 약 5키로 구간을 쉼없이 전진합니다. 오늘은 날이 너무 추워 먹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마음도, 먹을 수 있는 장소도 마땅히 찾기가 어렵습니다. 산행을 3시간 이상 계속 하면서도 겨우 물 한모금 마신것이 전부 입니다. 이것도 기록이라면 기록입니다. 아무리 어려운 산행이어도 지금까지 완전하게 굶고 산행을 한 적은 거의 없습니다. 아주 심하면 가볍게 행동식이라도 먹곤 했지만 오늘은 이마저도 어렵고 힘든 상황 입니다.
너무 추워 아무 생각없이 빨리 대관령에 도착하고픈 마음 뿐 입니다. 이런 날에는 다시는 산행을 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어보지만, 날씨의 변수를 우리 인간이 맞출 수는 없습니다. 그저 무사하게 오늘 산행을 마치기만을 기도하면서 한발자국 한발자국 전진 하는 길 외에는 다른 방안이 없습니다.
- 비록 많은 경험은 아니지만 백두대간 몇몇 구간을 다녀보았고, 지리산, 설악산, 덕유산 종주를 다 해보았지만 이런 악조건에서의 산행은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최악의 조건 입니다. 능선길을 걸으면서 봉우리들을 넘어면서 참으로 많은 생각이 드는 하루 입니다. 춥고, 배고프고, 외롭고, 서럽고, 무서운 대간길 산행을 오늘 내가 직접 체험합니다. 내가 선택한 일이니까 내가 마무리를 해야 합니다. 무조건 안전하게 산행을 마무리 하는 것이 지금은 최선입니다. 그런 후에 이런 어려움을 이겨 낸 작은 성취감을 맛보아도 충분 합니다. 조심조심 안전하게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 갑니다.
- 4시간 정도를 쉬지 않고, 걷고 또 걸으니 그래도 능경봉 정상에 도착 합니다. 사람의 한발 한발이 무섭습니다. 그리고 뿌듯 합니다. 무사히 능경봉에 도착한 것에 감사하고, 작은 자심감과 뿌듯함을 잠시 느껴 봅니다. 참으로 힘들고 어려운 구간을 무탈하게 진행해 왔습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아무도 신경쓰지 않지만 오직 내 자신 스스로가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직접 체험했기에 그저 뿌듯할 뿐입니다.
능경봉 정상 인증을 하고 쉴틈도 없이 바로 대관령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합니다. 추위가 다소 누그러졌지만 여전히 매서운 바람이 지쳐 일어납니다. 1.5키로를 능선길과 하산길을 조심스럽게 이동하니 드디어 대관령 공사 관련 탑이 보입니다. 아마 이곳 대관령 도로를 놓기 위해 수많은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고 다쳤을 것입니다. 그들의 명복을 빌어 봅니다. 대관령 고갯길 공사에 경의를 표합니다.
- 드디어 대관련 휴게소에 무사히 도착 했습니다. 길 반대편 휴게소까지 뛰어 갑니다. 대관령 칼바람이 너무 세찹니다. 무조건 식당으로 뛰어 갑니다. 우선은 몸을 녹이고, 숨을 몰아쉰 뒤에야 비로소 함께한 일행분과 안도의 눈인사를 합니다. 어휴.. 무사해서 다행 입니다. 이제 뜨건한 국밥을 시켜 먹으며 비로소 주변을 살펴볼 엄두가 납니다. 와우, 무사하게 산행을 마쳤습니다. 그저 감사할 따름 입니다. 대관령에서 선자령까지 한번 산행을 한 기억 이후, 오늘이 두번째 산행이지만 여전히 대관령 칼바람은 무시무시 합니다. 휴게소 뜨거운 국물에 행복과 안도감을 얻습니다. 범사에 감사합니다. 무사하게 산행을 마친것에 감사합니다. 오늘 힘들고 어려운 산행은 아마 평생 잊지못할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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