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우연한 기회에 신영복 선생님을 알게 되었지요. 나름대로 20대의 혈기 왕성한 시기에 사회과학 책을 탐독하기도 하고, 작은 시골에서 학생운동이라는 활동도 했었드랬지요. 스무살 초반의 피끓는 청춘의 시절을 보내고, 20대 후반 회사에 취직을 했었지요. 그 열망이 아직 살아 있어 30대 초반에 노동운동에 뛰어 들었지요. 20여년의 시간동안 최선을 다해 노동운동을 전개했었지요. 한국노총이라는 조직의 한계는 있었지만, 나름대로 꿈을꾸며, 땀흘려 일하는 노동자가 존중받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열심히 투쟁 했었지요. 노동조합 활동을 통해 많은것을 배우고 깨우쳤지요. 그리고, 이제는 50대 중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마지막 직장생활의 마침표를 준비하면서 작은 추억들을 회상해 봅니다.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두번 읽었습니다. 최근에는 등산을 하면서 틈틈히 산악회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에 다시한번 이 책을 읽었습니다. 책을 읽는 순간에는 하나의 문단을 잃고 다시 책을 덮고 생각하기를 반복하는 일이 점점 많아졌고, 때때론 생각의 밑줄을 그으면서 하염없이 책장을 덮고 하늘을 보는 횟수도 점점 많아졌습니다. 이 책은 그렇습니다. 감옥에서의 삶과 시간들과 편지글... 그리고 부모님과 형님 형수님, 동생과 제수씨... 그리고 조카들에게 보낸 글들이, 그들의 감옥 생활이 참으로 징하게 마음속에 새겨 집니다. 세월이 많이 흐르고, 시대가 많이 바뀌었지만, 아직도 먹먹한 이 현실들은......
한달에 한번, 후에는 한달에 4번 교도관들의 앞에서 편지를 쓰야 한다. 가족들에겐 힘든 모습을 절제하고 담담한 모습으로, 권력자들에겐 당당하고 꿋꿋한 모습으로 서슬퍼런 시절의 검열도 비켜가야 하는 서간문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 꼬마들과의 우정을 그린 '청구회의 추억'은 사형을 언도받은 시기에 군사감옥인 남한산성에서 쓴 글입니다. 가장 최악의 상황에서 가장 아름다운 우정을 그린 이글은 우리 인간이 어떤 삶을 살아야하는가? 배려심은? 우정은? 알려주는 작은 깨우침 입니다.
- 떡 신도, 축구 이야기, 이동 도서관, 지식인으로서의 신영복이 아니라, 깜방생활하는 민중 신영복의 모습, 유머스러운 모습, 등 인간적인 면모 등 '슬리로운 깜방 생활'을 보게 됩니다.
- 글 내내 자연스러운 인간에 대한 배려심, 계수님, 여름 징역과 겨울 징역에 따른 인간에 대한 관계의 글은--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 징역의 열 가기 스무 가지 장점을 일시에 무색케 해버리는 결정적인 사실. 여름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사람을 단지 삼십칠도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 입니다.---
신영복의 일생.
신영복(申榮福)은 아버지가 교장으로 근무했던 경상남도 의령의 간이학교 사택에서 태어나서 자랐다. 이후 아버지의 고향인 밀양 등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부산상업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했다. 서울대학교 재학 중 독서 서클을 만들어 활동했으며, 대학원 재학 시절에는 다른 대학이나 연합 동아리 지도에 주력했다.
1965년 숙명여자대학교 정경대학에서 경제학과 강사로 있으면서 안병직 등을 따라 잡지 〈청맥〉의 예비 필자 모임인 '새문화연구원'에 참석하면서 훗날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사형당한 김질락을 만나게 되었다. 〈청맥〉은 통일혁명당의 핵심인물들이 당의 합법 기관지로 설정한 잡지로, 종종 반미적인 논설이 실렸다. 1966년부터 육군사관학교에서 경제학과 교관으로 활동하다가 1968년 통일혁명당사건으로 중앙정보부(지금의 국가정보원)에서 조사를 받고 구속되었다. 이 사건으로 김종태·이문규·김질락은 사형을 당했고, 그는 여러 차례 재판 끝에 무기징역형을 받고 안양과 대전, 전주교도소에서 복역했다.
1988년 8·15특별 가석방으로 감옥에 잡혀간 지 20년 20일 만에 출옥했다. 같은 해 옥중에서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를 묶어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란 이름으로 발간하여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1989년 3월부터 성공회대학교에서 정치경제학과 한국사상사, 중국고전강독 등을 강의했다. 출소한 지 10년 만인 1998년 3월 사면복권 되었다. 1998년 5월 1일 성공회대학교 교수로 임용되었으며, 2006년 8월 정년 퇴임했다가 2010년부터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로 재직했다. 2014년 희귀 피부암이라는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 2016년 1월 15일 자택에서 사망했다. 영결식은 1월 18일 성공회대학교 성미카엘성당에서 진행되었다.
어렸을 때 할아버지에게 서예를 배우기도 했던 그는 대전교도소 복역 시절 남파공작원 출신 한학자 노촌(老村) 이구영(李九榮)과 4년간 한 방을 쓰면서 한학과 서예를 익혔으며, 감옥에 서예반이 생기면서 만당(晩堂) 성주표(成周杓)와 정향(靜香) 조병호(趙柄鎬)에게 지도를 받으며 자신만의 서체를 완성했다. 성공회대학교 재직 시절 그의 글씨와 그림으로 학교 달력을 만들 정도로 그의 붓글씨는 획의 굵기와 리듬에 변화가 많아서 '신영복체'·'어깨동무체'·'협동체'·'연대체'로도 불린다. 성공회대학교 퇴임 무렵 두산에서 브랜드명과 상표 글씨체로 시 〈처음처럼〉의 제목과 글씨를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을 수락하고 받은 1억 원을 성공회대학교에 기부했다. 서예 작품 〈처음처럼〉은 1995년 첫 개인 서예전에 출품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저서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1988), 〈엽서〉(1993), 〈나무야 나무야〉(1996), 〈더불어 숲〉(2003), 〈강의-나의 동양고전 독법〉(2004), 〈처음처럼: 신영복 서화 에세이〉(2007), 〈청구회 추억: Memories of Chung-Gu Hoe〉(2008) 등이 있다. 번역서로는 〈외국무역과 국민경제〉(1966), 〈사람아 아! 사람아〉(1991), 〈루쉰전〉(1992), 〈중국역대시가선집〉(1994)이 있다.
신영복의 작품들.
이 글은 ‘반(半)’이라는 말에 ‘절반’과 ‘동반(同伴)’이라는 뜻이 함께 있음을 깨우쳐 주고 있는 수필이다. 글쓴이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하게 되고, 함께한다는 것의 의미를 깨닫고 있다. 피아노의 흑백 건반이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우리도 희망의 반대편에서 절망에 빠져 있는 타인들을 이해하고 배려할 때 많은 갈등과 잘못된 관계를 해결할 수 있다는 교훈을 전하고 있다. *수록교과서 : (문학) 미래엔/(독문) 미래엔
이 수필에서 글쓴이는 헛된 경쟁과 허구적인 겉모습에서 벗어나 일하는 삶의 중요성을 깨닫고 지향하며, 실천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과의 만남을 소중히 할 줄 아는 사람이 삶의 진정한 합격자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 글의 ‘당신’은 표면적 의미와 내면적 의미 두 가지를 내포하고 있는데, 표면적인 ‘당신’은 수능 점수 100점으로 예비 합격한 수험생이고, 내면적인 ‘당신’은 본질을 보지 못하고 겉모습과 형식에 집착하고 있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글쓴이는 감옥에서 만났던 집 짓는 노인의 집 그림이나, 자신의 발보다 발을 본뜬 탁을 더 중시하는 어리석은 차치리의 비유를 통해 우리 시대의 가치관이 허위적 경쟁과 관념에 빠져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리하여 진정한 합격의 의미는 입시에서 몇 점을 받느냐가 아니라 자신이 어디에 있든 실제로 부딪치며 살아가는 것에 있음을 애정 어린 말투로 깨우쳐 주고 있다.
*수록교과서 : (문학) 신사고
중수필. 이 글은 자율적 독서의 필요성과 독서의 가치에 대해 전달하고 있는 수필이다. 글쓴이는 ‘책’을 즐거움과 깨달음을 주는 ‘먼 곳에서 찾아온 벗’에 비유하고, 수험 공부를 위한 독서나 교양을 위한 독서는 즐겁고 참된 독서가 아님을 제시하고 있다. 즉 독서는 글과 소통하며 자신의 상황을 돌아보고, 자기 자신뿐 아니라 필자가 발 딛고 있는 세계에 대해 성찰하고, 이 과정에서 얻은 깨달음을 통해 자신을 뛰어넘는 능동적인 과정이어야 함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글쓴이는 우리가 갇혀 있는 문맥을 깨뜨리고 드넓은 세계로 나아갈 수 있으며 자신과 세계를 확장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독서의 중요성과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또한 복제가 손쉽고 대상 인식이 뛰어난 영상 서사와 달리 문학 서사가 치열한 성찰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독서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역설하고 있다.
*수록교과서 : (국어) 창비, 해냄
이 글은 태백산맥 소광리 소나무 숲에서의 사색을 바탕으로, 현대 문명의 비정함과 폭력성을 비판하고 오늘날을 살아가는 바람직한 태도를 전하고 있는 수필이다. 글쓴이는 몇 백 년의 풍상을 겪은 소나무 군락을 보며 고작 ‘신발 한 켤레의 토지’만을 소비하는 소나무와 달리 너무 많은 것을 무차별적으로 소비하는 인간의 모습을 반성하고 있다. 그리고 인간이 자연에게 가한 폭력에서 현대 문명이 인간에게 가한 폭력으로 생각을 확장하여, 자연뿐만 아니라 인간마저 소비의 객체로 전락시키는 현대 문명의 비정함과 폭력성을 비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글쓴이는 싹을 틔울 수 있는 저력을 지닌 솔방울을 사랑하기를 당부하고, 소나무와 같이 뜻과 힘을 모은다면 무수한 폭력을 이겨 낼 수 있음을 비유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수록교과서 : (문학) 두산
기행 수필. 이 글에서 글쓴이는 평강 공주의 설화를 재해석하여 편안하게 삶에 안주하기보다는 주체적인 판단과 실천으로 삶을 개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당신’이라는 인물에게 편지를 쓰듯 서간체 형식으로 서술하여 경어체와 더불어 친근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들게 하고 있다. 또한 ‘당신’과 ‘평강 공주’의 삶을 대립적 어구를 사용하여 대조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어리석은 사람들의 우직함이 세상을 바꾸는 원동력이라는 것과 삶의 진정성을 추구하는 것이 가치 있는 삶이라는 것을 알려 주고 있다.
이 글은 인생의 새로운 출발을 할 때 갖추어야 할 삶의 자세에 대하여 편지 형식으로 쓴 수필이다. 이 글에 등장하는 ‘당신’은 표면적인 의미로는 대학에 예비 합격한 수험생이지만, 내면적인 의미로는 본질을 보지 못하고 겉모습과 형식에 집착하고 있는 모든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글쓴이는 세상에 나아갔을 때 중요한 것은 성적, 실력 등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과의 연대이며 앞으로의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설득하고 있다.
이 글은 기교를 배제한 간결하고 짧은 문장들을 사용하여 낭독할 때 우리말의 리듬이 살아나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또한 문장 하나하나가 긴 여운을 남길 만큼 함축적이고 암시적이다. 그래서 글쓴이가 던지고 있는 화두가 큰 울림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 수필은 욕설에 대한 작자의 생각을 편지글의 형식으로 전달하고 있는 일종의 욕설 예찬론이다. 일반적으로 욕설은 부정적인 것이며 순화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이 글은 이러한 통념을 뒤집으면서 욕설의 긍정적인 가치를 발견하고 있다. 이는 오랜 교도소 생활을 했던 작자의 특수한 상황과 관련된다. 즉, 교도소에서는 불만과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욕설을 자주 사용하게 되는데, 그로부터 욕설에 대해 새로운 가치와 기능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작자는 그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욕설이 친근감을 표현하는 기능과 고도의 의식 활동으로서의 기능을 가진 것으로 보고, 욕설을 사건 또는 사태의 개념화, 이 개념의 예술적 형상화 작업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와 같은 욕설에 대한 가치 인식의 발전은 욕설이 서민적 전통에서 출발하고 있으며, 따라서 지식층의 추상적인 어휘와는 차원을 달리한다는 전제 아래, 욕설을 통해 세상의 사실적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욕설의 리얼리즘’으로 귀결된다.
관용은 자기와 다른 것, 자기에게 없는 것에 대한 애정입니다
이 수필은 글쓴이가 세계의 역사 현장을 여행하며 쓴 글들을 모은 “더불어 숲”에 실린 것이다. 신문에 연재되는 엽서 글의 형식에 경어체의 문장을 사용함으로써 딱딱할 수 있는 내용을 효율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 글에는 세계사의 현장에서 역사의 무게를 느낀 글쓴이의 겸손함, 그곳에서 먼저 과거를 돌아보고 앞으로 지향할 바를 언급하는 형식을 띠는 글의 구성 방식이 잘 드러나고 있다.
글쓴이는 중국이나 서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낯선 이스탄불에 대한 상념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타 종교의 건축물을 훼손하지 않고 보존한 이슬람의 *관용에서 받은 인상을 토로한다. 이는 글쓴이의 선입견이 깨진 데서 비롯된 것이다. 글쓴이는 이러한 관용의 정신이야말로 터키가 대제국을 건설하고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음을 설파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반(反)하여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세계화를 비판하면서, 관용적 사유를 막는 것들에 대한 자기반성을 촉구하며 글을 마무리하고 있다.
이 수필은 여름 수감 생활이 견디기 힘든 이유를 언급하고 있다. 너무 더운 나머지 옆 사람의 체온이 증오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글쓴이는 이러한 증오가 체온을 가진 존재 자체에 대한 미움이 되고 이러한 미움이 이성적으로 통제가 되지 않으면서 나중에는 자기혐오로까지 이르게 되는 상황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러면서 글쓴이는 여름이 지나가면 옆 사람에 대한 증오대신 서로에 대한 따뜻한 가슴이 자리 잡게 될 것이라며 절망 속에서의 희망을 꿈꾸고 있다.
이 수필은 편지글의 형식을 통해 글쓴이의 생각을 드러내고 있다. 글쓴이의 실제 경험을 통해 매직펜과 붓의 차이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이를 동 · 서양의 문화적 차이로 발전시키고 있다. 글의 말미에서는 중용의 참된 뜻이 절충이 아니라는 것을 언급하며, 두 가지 문방구 중 자신은 붓을 더 선호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히면서 글을 끝맺고 있다.
이 수필에서 글쓴이는 한강과 임진강과 예성강이 만나는 강화 철산리를 찾아 갈등과 분열로 점철된 우리의 현대사를 성찰하고 있다. 목표를 향해 치열하게 달리는 강물은 많은 우여곡절을 겪게 됨을 이야기하며 우리의 현대사를 ‘강물의 시절’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강물도 바다에 이르게 되면 이전의 성질을 버리고 물의 본성인 가장 평화롭고 낮은 성질로 돌아가게 됨을 이야기하며 평화를 최후의 목표로 삼아 새로운 시작을 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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